여행 일기/미국 여행기

[미국여행] Cape May Memories / 케이프 메이의 추억들(4)

심심한 욘두 2021. 4. 13. 11:04





어김없이
찾아온 놀라운 변화!

알람도 없이 아침 7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번쩍 뜨이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아침에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바로 등대로 출발하기로 했다.

케이프 메이 등대( Cape May Lighthouse )는
Cape May에 왔으면 꼭 한 번쯤
방문해야 하는 명소 같은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는 매년
많은 새 관찰자 (Bird Watcher)들이 모여서
새 관찰을 한다고 한다.

이들은 조류를 연구하고
조류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히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스티브 또한 새관찰을 좋아하고
자연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새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저, 가끔씩 내발 옆을 툭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지나가는 비둘기나





옹기종기 모여 무슨 재밌는 얘기라도 하는지
째잘째잘 되던 참새나





시끄럽게 울어서 짜증지수 올려주는
까마귀, 까치나





생각해보니
이 모든 새들과 함께

나도 모르게 내 인생을
함께 살고 있었다니..

이렇게 생각해보니
조금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생각보다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새들마다 각자 자신들만의 멋스러운 옷을 입고
각자 여러 종류의 노래를 하며,


자신을 잘 보이기 위해 꾸미는 모습이나


현란한 동작으로 자신의 깃털을 이용하여
구애할 상대 앞에서 춤을 추는 모습들은
신기하면서도 놀라웠다.

(나는 처음 저 장면을 봤을 때 합성인 줄 알았는데, 합성이 아닌 실제 이런 모습으로 구애의 춤을 춘다고 한다.)







그렇게
새 관찰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이제는 지나가는 새소리만 들려도
휙휙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등대에 도착했다.


탁 트인 잔디밭 위에
예쁜 등대 하나 가 우릴 맞이해 줬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날씨가 흐릿흐릿했었다는 것.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오후에 맑아진다 하니 한번 기다려 보기로 했다.


등대 앞 쪽 관측소엔 많은 새 관찰자들이 있었고,
그들과 잠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고
서로 간식을 나눠먹었다.



우린 시간이 없었기에 서둘러
케이프 메이 주립공원(Cape May Point State Park)
으로 향했다.



그렇게


등대 뒤쪽 길을 따라 걷던 도중



나는 얼어버렸다...





검은색 뱀(Eastern Ratsnake)이 길 앞에서
천천히
건너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하기 위해
나는 조용히 했고

뱀이 다 건너갔을 때
그제야 건너갈 수 있었다..

스티브는 여기서 흔히 볼 수 있는 뱀이라며
독이 없고 쥐를 잡아먹는 뱀이라고 했다.

겁주거나 건드리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했다.
(계속 보니 귀엽게 생긴 것 같기도..)


그렇게 길을 빠져나와
주립 공원에 도착해,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계속해서 따라 걸어 들어가면,


탁 트인 곳이 나온다
스티브는 이곳에서 새를 관찰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새들이 실제 집적 우리가 보고
스티브가 찍은 사진들이다.


붉은 부리 갈매기 (Laughing Gull)


킬디어 (Killdeer)


Field Sparrows (한국어 명칭이 없다)



무늬며 색깔이 정말 예쁜
다양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어서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새들은 꽃의 수정을 돕고
곤충, 벌레 등을 잡아먹으며,
꾸준히 생태계를 지켜주고 있었다.

이러한 새들을 보호하고 지키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자연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다.

이것은 새를 위한 것만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돌고 돌아오는 부메랑처럼

우리가 자연을 지키고 보호한다면

결국엔

자연은 우리에게 더 큰 선물을 가져다줄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많은 것 들을 배우고 느끼며,
나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계속해서 걷다 보니
태어나 처음 보는 곤충도 봤었는데,
마치 검은 조끼를 입고 있는 것처럼 보여 신기했다.

이 곤충의 이름은
Milkweed Bug라고 한다
(한국어 정식 명칭은 없다)





계속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작은 벤치 하나가 보였다.

이 벤치는 스티브가 새 관찰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알게 된 새 관찰자 선생님을 기리는 벤치라고 말해줬다.

생전 선생님께서 아낌없이 좋은 가르침을 주셨고,
새 관찰에 관한 많은 정보와 지식을 배웠다고 했다.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많은 새 관찰자들이 슬퍼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새 관찰자가 생전 선생님께서 자주 오시던
이 길에 벤치를 두고

선생님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의미로 두었다고 한다.

생전에 얼마나 훌륭하신 선생님이셨을지
집적 뵙진 못했지만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우리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걷고 이것저것 관찰을 했다.

그리고

오후가 됐을 무렵

흐릿흐릿했던 날씨는 사라지고,


거짓말처럼

아름다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


날씨가 좋으니

시원한 바닷소리가 들리는
해변으로 가기로 한다.

해변에 가서 물에 발도 담그고


조개 껍데기
조약돌
케이프메이 다이아몬드 (Cape may Diamond)를
찾아보기로 했다.





해변가에 도착하니

바다내음이 정말 좋다

잔잔한 파도 소리

갈매기가 끼룩끼룩 우는소리

이런 소리들을 들으며
해변가를 걸으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잡생각이 사라졌다.

정말 제대로 힐링하고 있다는 기분 들었다.


계속해서 걷다가 바닥에 보이는
조약돌이나
조개껍데기를 주웠다.
(아쉽게도 사진이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땅을 보며 줍고 있는데

스티브가 뭔가 보여주었다.

작고 투명한 돌이었는데,

너무나도 예뻤다.

스티브는 여기서 드물게 찾을 수 있는

케이프 메이 다이아몬드(Cape May Diamond)
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물어봤다.

이것이 진짜 다이아몬드 일리는 없고
이거 주워다 팔면 비싼지..

스티브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랬으면 자신은 벌써 부자였을 거라고 웃었다.

다만 크기가 크고 투명도가 더 투명한 것은
실제로 값어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스티브도 이제껏 살면서 그렇게 좋은 것은 본 적 없다고 했다.
(대부분 작은 것들 이였는데, 작은 것도 찾기 힘들었다.)

Cape May Diamond의 진정한 값어치는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이것은 Pennsylvania산 에서 나온 석영이
Delaware River으로 이동하여

오랜 시간 부딪히고 깎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몇 개 못 찾았지만
이것이 씻어서 마른 상태의
Cape May Diamond이다

Cape May Diamond가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을 듣고 나니

마치 우리의 인생과도 닮았다 생각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에
수도 없이 부딪히고, 넘어진다.
그럴 때마다
여기 터지고 저기 터지는 걸
버티고 이겨낸다면

결국엔

단단하고 강해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모습이 마치
아름답게 빛이 나는 다이아몬드처럼



어느덧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붉은 석양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고 있었다.

그때
스티브 어머니께서 큰소리로 우리를 불렀다.

같이 장을 보고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해주신다고 하였다.


이 날 저녁은 파스타 요리였고

정말 너무 맛있었다!
(봉골레 파스타였는데 또 생각나는 맛이다..)

저녁을 다 먹고 나서
오늘 하루 종일 주웠던 조개껍질,
조약돌 등을 씻고 정리했다

스티브 어머니는 본 직업이 간호사이셨지만
어릴 적 진짜 꿈은 아티스트였다고 하셨다.

오늘 해변에서 주웠던
조약돌에 페인팅을 하시는데

정말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셨다.
더 놀라운 것은
누구에게 배우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고 배우셨다고 한다.



이 돌을 집적 판매하기도 하시고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한다고 하셨다.

(실제로 작업하시는 모습도 옆에서 봤는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배우고 싶다!


저녁을 먹고 난 뒤 배가 부르니
졸음이 미친 듯이 몰려왔고
우리 모두 그렇게 곯아떨어졌다.


지금 생각만 해도 너무 나도 그리운 Cape May의
하루가 또 그렇게 지나갔다.